예로부터 ‘몸’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못’배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지식을 쌓지 못해 고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이른바 ‘배운 사람’도 ‘몸’ 쓰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 대한민국 전체에 불어 닥친 ‘고학력’자들의 ‘육탄 노동’은 밤의 세상을 지배하는 ‘나가요 걸’의 판도 또한 뒤집어 버렸다.
▲ 시대가 만든 ‘고학력’ 나가요 걸
대한민국에서 가장 천대받는 직업 중 하나인 ‘나가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요는 무식하다’, ‘공부 안하고 딴 짓 하다가 저 길로 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화류계 종사자 중에는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말 그대로 학창시절에 공부보다 딴 짓이 더 중요하단 생각을 가지고 졸업과 동시에 투신을 하거나 혹은 졸업 전에 뛰어든 경우도 많이 있는 것.
하지만 90년대 후반 IMF가 터지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룸살롱을 비롯한 화류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린 고등학생들을 필두로 돈 벌이를 위해 투 잡을 선택한 직장인까지 그 수는 셀 수 도 없을 지경이었다.
‘고학력’ 여성들의 러쉬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무절제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속출과 명품에 대한 기이한 집착이 엄청난 취업난과 결부돼 그녀들을 ‘나가요 걸’로 만든 것이다.
▲ ‘일본 유학’과 ‘SKY 대학’은 기본
'나가요 걸‘ 세상에 ‘고학력자’가 많아 졌다는 것은 일반인 뿐 만 아니라 화류계 자체에서도 놀랄 만 한 일이다. 더욱이 ‘나가요 걸’ 중 일부는 어학연수를 비롯한 유학파 출신도 꽤 있다.
지난 24일 탐방을 나가서 만난 아가씨는 소위 전통의 명문대인 'SKY' 출신 아가씨였다. 그 아가씨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장의 역할을 해야만 했다.
홀어머니에 두 동생의 생활비며 학비 등을 대야했던 그녀는 이것저것 가릴 것이 없었다. 화류계에 투신한 후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녀는 하루하루 사는게 버겁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만난 아가씨는 일본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 '재원'이었다. 일본 유학중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나름대로 ‘고수익 전문직’을 찾다보니 전문적인 마사지 기술을 배워 와서 한국에 퍼트린 장본인이 된 것이다.
워낙 화류계가 거짓으로 점철되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그녀를 살짝 떠 보기도 했었다. 제대로 된 일본어 구사에 오사카에 대해 인터넷으로 찾아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상세히 아는 것을 보니 그녀는 분명 ‘일본 유학파’였다.
▲ 화류계도 ‘MBA’가 접수한다
대한민국 밤의 세계에 ‘나가요 걸’들만 고학력이 된 것은 아니다. 조직들의 업소 경영 시대가 끝이 나고 미국 ‘MBA'출신의 전문경영의 경영 시대가 도래 한 것. 이를테면 서슬 퍼런 어깨들이 아가씨들과 손님들을 좌우하면서 업장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세금을 납부하며 영업을 하는 시대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유흥 일번지인 강남에 위치한 C클럽은 미국 MBA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 컨설턴트로 참여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켈로그'라고 불리 우는 미 시카고의 노스웨스턴 대 MBA를 졸업한 수재. 졸업 후 국내의 대기업에서 견문을 넓힌 뒤 밤 문화에 뛰어든 평범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이제 질퍽함과 수질로만 업소를 홍보 할 수 없다. 현재 이 업계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이라는 것은 단순히 구좌 혹은 마담들이 온라인상에서 카페를 만들고 모임을 가지는 정도 밖에 없다”라며 “우리 업계에도 전문 경영 기법의 도입으로 화류계를 단순히 먹고 노는 문화 이상으로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나 이외에도 유학파 출신으로 화류계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경쟁자의 입장에서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화류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화류계 전반에 걸쳐 고학력 엘리트들의 러쉬는 이미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고학력 출신 인재들의 화류계 진출은 단순히 즐기는 밤 문화가 아니라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서비스 산업에서 세계 경쟁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에 가장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는 것은 아닐까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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