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이 질 때, 두 번째 이야기_이차핫플레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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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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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이 질 때, 두 번째 이야기
해운대 야경 속에서...
서쪽 하늘이 물드는 시간
해운대 서쪽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간다. 마치 라일락이 지는 그 계절처럼, 하늘도 함께 떠나보내는 색을 입는다.
황혼의 경계에서 낮과 밤이 교차하는 이 순간,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우리의 사랑도 저 하늘처럼 물들었었지."
그녀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온다.
이선희의 노래가 흐르는 이어폰 너머로, 실제 그녀의 목소리인지 기억 속 목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이 길 위에서, 라일락꽃이 지던 그 봄날이 떠오른다. 보랏빛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던 날, 우리는 영원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라일락은 매년 피고 지듯, 우리의 사랑도 계절을 따라갔다.
동백섬의 고백
동백섬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발을 디딘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이 섬을 감싸안는다. 동백꽃도, 라일락도 이미 진 계절. 하지만 이 야경만큼은 사계절 내내 피어있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의 조명이 바다 위에 반짝인다. 파도 소리가 '라일락이 질 때'의 멜로디처럼 들려온다.
"그대 떠난 뒤에 봄은 다시 오지만"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무수한 불빛들이 이야기를 건넨다. 저 빛들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삶이고, 사랑이고, 이별이다.
나만 이렇게 서 있는 게 아니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라일락이 지는 것을 보며, 이 밤을 견디고 있구나.
동백섬의 야경은 위로가 된다. 어둠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지고 난 뒤에도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것.
더베이 101, 마지막 장면
더베이 101 앞, 마린시티의 불빛들이 장관을 이룬다. 높은 빌딩들의 창문마다 불이 켜져 있고, 그 빛들이 수영강에 반사되어 두 배로 빛난다.
카메라를 들어 이 순간을 담는다.
렌즈 속에 담기는 것은 단순한 야경이 아니다. 이선희의 노래가 흐르는 이 시간, 이 공간, 그리고 이 감정. 라일락이 두 번째로 지는 이 순간.
첫 번째 라일락이 졌을 때, 나는 무너졌다. 하지만 두 번째 라일락이 지는 지금, 나는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 그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리움만 남긴 채 라일락이 질 때"
더베이 101의 마천루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우리의 사랑도 저렇게 높이 솟아올랐었다. 그리고 라일락처럼 아름답게 졌다.
영상을 찍으며 천천히 걷는다.
해운대의 밤은 이렇게 흐른다. 서쪽 하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동백섬을 거쳐, 더베이 101에서 마무리된다.
에필로그: 다시 피어날 라일락
내년 봄, 라일락은 다시 필 것이다.
그때 나는 이 영상을 다시 볼 것이다. 해운대의 야경 속에서, 이선희의 노래와 함께 걸었던 이 밤을.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라일락이 지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것을.
어둠 속에서 빛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더베이 101의 불빛처럼, 나도 다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안녕, 라일락이 질 때까지."아니, 다시 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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