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본질,세 번째 이야기_이차핫플레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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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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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본질 - 세 번째 이야기
대화
선우는 30년 가까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웃의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어색하게 고개만 까딱하고,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면 눈인사조차 없이 각자의 문안으로 사라졌다.
어느 날 선우의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119를 부르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다.
퇴원 후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해지셨고, 선우는 회사와 병원 간병을 오가며 지쳐갔다.
회사에서도 티가 났다.
회의 중에 멍하니 있거나, 점심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있는 날이 많아졌다.
동료들은 대부분 모른 척했다. 각자 바쁘고, 각자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같은 팀 막내 지훈이가 어느 날 선우의 책상에 커피를 놓고 갔다.
쪽지에는 "힘내세요"라고만 적혀 있었다.
다음 날은 샌드위치였고, 그다음 날은 비타민 음료였다.
선우는 지훈을 찾아갔다. "고마워.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지훈이 쑥스럽게 웃었다. "형 요즘 표정이... 제가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거울 보던 제 얼굴이랑 똑같더라고요."
"그랬구나..."
"형, 잠깐 시간 있으세요? 제가... 할 이야기가 있어요."
두 사람은 회사 근처 조용한 카페에 앉았다. 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은 동료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선우는 잠시 생각했다. "글쎄...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지훈이 소크라테스처럼 되물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 동료라 할 수 있을까요?
매일 얼굴을 보지만 서로의 고통을 모른다면, 그들은 진정 동료라 할 수 있을까요?"
선우는 입을 다물었다. 지훈의 물음이 예상외로 날카로웠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형, 우리는 과연 혼자서 자신을 알 수 있을까요?"
"무슨 뜻이야?"
"형 표정을 봤을 때, 저는 제 아버지 임종 때를 떠올렸어요.
그러면서 깨달았죠.
아, 내가 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타인의 고통을 먼저 본 덕분이구나, 하고요.
우리는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선우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렇다면... 동료를 안다는 건 결국 나를 아는 일이기도 한 거야?"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어요.
우리는 혼자서는 완전할 수 없죠. 제가 형한테 커피를 갖다 드린 건 형만을 위한 게 아니었어요.
그건 제 자신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했어요."
"넌 어떻게 이런 생각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참 힘들 때, 저도 아무도 못 알아봐 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옆 팀 과장님이 조용히 제 어깨를 두드려 주셨어요.
아무 말 없이요. 그게... 그게 너무 큰 위로가 됐어요."
그날 이후 선우는 달라졌다. 회사에서 동료들의 표정을 보기 시작했다.
옆 팀 대리의 피곤한 눈가, 후배 연주의 억지로 지은 미소, 신입 민호의 움츠러든 어깨.
어느 날 선우는 민호에게 물었다. "요즘 괜찮아? 표정이 좀..."
민호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아... 네. 그냥 좀... 적응이 어려워서요."
"처음엔 다 그래. 나도 그랬고. 점심 같이 먹을래? 내가 맛있는 데알아."
점심을 먹으며 선우가 물었다. "민호야, 회사 생활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어?"
"사실은... 다들 바쁘신 것 같아서 질문하기가 미안하고, 혼자 끙끙 앓다 보니까..."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어.
연약하지만 생각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서로를 위로할 수 있잖아.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그게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니까."
민호의 눈가에 작은 눈물이 맺혔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몇 달 후, 회사 게시판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익명 응원 게시판"이라는 코너가 생긴 것이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게 쪽지들이 붙기 시작했다.
"오늘 프레젠테이션 멋졌어요 - 같은 층 누군가"
"당신의 작은 배려가 제 하루를 바꿨습니다 - 감사한 동료가"
"함께 일해서 다행입니다 - 우리 모두"
선우는 게시판 앞에 서서 쪽지들을 읽었다. 지훈이 옆에 와서 섰다.
"형, 사람들이 원래 이랬던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만든 걸까요?"
선우가 미소 지으며 반문했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들려주었지.
동굴 속 사람들은 그림자만 보다가 밖으로 나와서야 진짜 실재를 보게 된다고. 우리는 어땠을까?
각자의 책상, 각자의 업무에 갇혀 그림자만 보다가, 이제야 서로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된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게 진짜 우리의 모습인가요?"
"칸트는 '네 안의 도덕 법칙'을 말했어.
우리 안에는 원래 선한 것이 있다고. 다만 그걸 깨우는 건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지.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어.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지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게시판의 쪽지들이 에여컨 바람에 살랑거렸다.
"형,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을 때, 혹시 이걸 의미한 건 아닐까요?
타인을 통해 나를 알고, 관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라는..."
선우가 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했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어. '인간은 살아있다, 서로를 통해서'라고."
인간의 본질_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고립된 개인의 성찰이 아니라 타인과의 대화를 통한 자기 발견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는 관계 속에서만 완전해진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처럼 우리는 고립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진정한 연결의 빛을 볼 때 비로소 실재를 경험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넘어, 진정한 존재는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깨달음 속에 있다.
#해운대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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