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기억한다 — 해운대 룸싸롱에서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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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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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비가 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해운대는 유난히 화창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맑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 미세한 바람 한 줄기가 해변을 조용히 쓸고 지나갑니다. 사람들도 바다도, 내일의 비를 예감한 듯 오늘 이 햇살을 조금 더 오래 붙들고 싶은 표정입니다.
저는 그 마음을 압니다.
곧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 눈에 담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일이면 빗소리에 가려질 파도 소리가 오늘따라 선명하게 귀에 들어오는 것처럼.
겨울이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람이 남아있고, 모래는 아직 차갑습니다. 그러나 한낮의 햇살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등에 닿는 온기가 지난달과는 조금 다른 온도입니다. 겨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봄이 왔다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미묘한 차이가 저는 좋습니다.
완성된 계절보다, 막 시작되려는 계절이 품고 있는 기대감 같은 것이 있으니까요.
사람의 마음도 어쩌면 그런 변화의 문턱에서 가장 섬세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것과, 아직 다 오지 않은 것이 함께 공존하는 그 자리에서.
사람은 왜 이렇게 오래 기억하는 걸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흘려보내도 될 것들을 붙잡고, 잊어도 좋을 말 한마디를 수년째 품고 사는 것. 그것이 때로는 짐이 되지만, 어쩌면 그것이 사람이 사람인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을 요즘은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기억은 고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한때 무언가에 깊이 닿았다는, 그 시간이 나를 스쳐간 것이 아니라 통과했다는 증거. 그래서 저는 사람의 기억을, 특히 오래된 상처보다 더 오래 남아있는 어떤 감정의 잔향을, 함부로 없애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오늘 해변을 걸으면서 모래 위의 발자국들을 유심히 봤습니다.
어떤 발자국은 물가 가까이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왔고, 어떤 발자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이어졌습니다. 또 어떤 것은 두 사람의 것이 나란히 찍혀 있다가 어느 지점에서 하나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발자국들에 이야기를 붙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발자국의 주인이 원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에 우리가 원하는 의미를 덧입히는 실수를 합니다. 가장 친절한 시선이란, 그냥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해변에서 한 할아버지를 봤습니다.
혼자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계셨는데,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전화기도, 책도, 커피도. 그냥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눈을 반쯤 감은 채, 파도 소리를 듣고 계셨습니다. 지나치면서 잠깐 시선이 마주쳤는데, 그분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짧은 순간이 오늘 하루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연결되기 위해 항상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대화, 공통의 취향, 비슷한 나이, 맞닿은 환경. 하지만 그 할아버지와의 무언의 고갯짓 하나가 저에게 가르쳐 준 것은, 연결은 때로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일 비가 오면, 누군가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불 속에서 이 글을 읽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내리는 비는 봄을 데려오기 위해 먼저 길을 닦는 비입니다. 그 조용함 속에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혹은 오랫동안 꺼내지 못했던 말 한마디가 목 언저리까지 올라온다면, 그냥 두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해운대의 공기는 조금 더 봄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테니까요.
오늘 이 화창한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 밤 비가 내리고, 금요일 아침 다시 해가 뜨면 해운대는 또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다는 그렇게 조용히 계절을 건넙니다.
저도 그 자리에, 여전히 있겠습니다.
혹 이 글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혹 해운대를 거닐다 이 바다 앞에서 무언가를 느끼셨다면, 그 느낌 그대로 조용히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긴 말 필요 없습니다. 짧은 인사 하나면 충분합니다. 파도가 처음 닿는 데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해운대의 겨울 끝자락, 세 번째 이야기를 마치며…
해운대 룸싸롱 견적문의는 010.2559.5703으로 연락을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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